배재고 더그아웃 논란, 선수보다 먼저 봐야 할 지도자의 책임
배재고 선수들의 시선은 광주일고 더그아웃 쪽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여러 선수가 같은 구호를 반복했고 먼저 반응한 쪽은 상대 지도자였습니다.
그 장면에서 가장 늦게 확인된 것은 배재고 벤치의 제지였습니다.
선수들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고교야구 더그아웃에는 학생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팬들의 시선이 선수들 옆에 있던 어른들에게도 향하는 이유입니다.
더그아웃에서 가장 먼저 들렸어야 할 말이 있었습니다.
경기 도중 공격 코치가 그라운드로 나갈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감독과 다른 지도자들은 선수단 가까이에 남아 있습니다.
구호가 한 번 두 번 이어질수록 몰랐다는 설명은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그 순간 기다린 것은 감독의 표정보다 멈추라는 목소리였습니다.
광주일고 쪽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참았다는 항의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중계 화면에 잡히기 전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확한 시작 시점은 협회 조사를 통해 확인돼야 합니다.
감독의 첫 역할은 경기 후 사과 전화를 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첫 구호가 나왔을 때 짧게라도 그만하라는 말이 먼저 나왔어야 합니다.
그 몇 초의 공백이 경기 내용보다 더 오래 남는 장면이 됐습니다.
모든 책임을 심판에게 돌릴 수도 없습니다.
심판은 스트라이크와 아웃을 판정하는 사람입니다.
더그아웃에 말버릇까지 고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 분위기는 시즌 내내 선수들과 함께한 지도자가 먼저 바로잡아야 합니다.
학교와 학부모 역시 대회 영상이 공개된 뒤에야 놀랄 일은 아닙니다.
훈련장에서 반복된 말은 큰 경기에서도 그대로 튀어나오기 쉽습니다.
연습 경기에서 나온 작은 야유부터 선을 그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배재고가 처음 공개한 사과문에는 현장에서 즉시 조치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장면에서는 상대의 항의와 심판의 개입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궁금해하는 지점은 학교의 설명과 영상 사이에 남아 있는 시간입니다.
사과문의 표현을 문제 삼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지가 늦었다면 다음에는 누가 가장 먼저 일어날지 정해야 합니다.
감독이 듣지 못했다면 코치와 선수들은 왜 즉시 알리지 않았는지도 따져볼 일입니다.
선수단 여러 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구호를 외쳤다는 점도 가볍지 않습니다.
개인의 순간적인 말실수보다 집단 행동은 멈출 기회가 더 많습니다.
그 여러 번의 틈 사이에서 지도자의 목소리는 왜 늦게 나왔을까요.
게다가 사과문이 AI로 작성됐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또 다시 사과문을 게시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출전정지나 교내 처분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전 명단에서 학생 이름만 지운다고 팀의 말투가 곧바로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훈련 방식과 출전 권한을 쥔 어른의 태도는 더그아웃 분위기에 그대로 스며듭니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도 두루뭉술한 반성문이 아닙니다.
인권과 역사 교육을 받고 경기장에서 절대 넘지 말아야 할 말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될 때 누가 가장 먼저 끊을지도 미리 정해둬야 합니다.
성과만 앞세우는 운동부 분위기에서는 거친 기싸움이 쉽게 묵인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 상대를 향한 모욕마저 팀 분위기라는 말로 덮일 위험이 생깁니다.
승리보다 먼저 멈춰야 할 순간을 아는 것이 진짜 지도력입니다.
권오영 감독은 관리가 부족했다며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광주일고 조윤채 감독에게 연락해 사과했다는 내용도 알려졌습니다.
이제 팬들이 지켜볼 것은 그 사과 이후의 더그아웃입니다.
협회 공정위원회는 선수와 학교에 대한 징계를 다룰 예정입니다.
그 자리에서 지도자가 당시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빠져서는 안 됩니다.
그래야 다른 감독들도 이 일을 남의 학교 문제로만 넘기지 않게 됩니다.
학생은 잘못을 배우고 다시 경기장에 설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른은 뒤로 물러서지 말고 더 큰 책임을 맡아야 합니다.
배재고 지도자들은 사과문 다음 장면에서 달라진 기준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