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경기 연속 중견수 문현빈, 한화의 오래된 고민 풀어낼까?
한화 이글스가 문현빈을 중견수로 꾸준히 기용하고 있다. 단순한 임시 처방이라기보다 김경문 감독이 문현빈을 팀의 미래 중견수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선택에 가깝다. 문현빈은 지난 6월 18일 대전 NC 다이노스전부터 좌익수가 아닌 중견수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4일 잠실 LG 트윈스전까지 14경기 연속 중견수로 출전했고 비로 취소된 5일 LG전 역시 정상 진행됐다면 중견수 선발이 유력했다.
이 정도로 꾸준히 한 포지션에 세운다는 건 의미가 작지 않다. 김경문 감독은 주전급 선수라면 자신의 자리에서 계속 경기를 치르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지도자다. 문현빈의 중견수 기용 역시 단기 실험보다는 장기 구상에 가까워 보인다.
1. 내야수 출신 문현빈, 중견수 정착 가능성
문현빈이 중견수에 도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데뷔 시즌이던 2023년에도 중견수로 나선 적이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내야와 외야를 오가는 흐름이었고 완전히 한 포지션에 정착한 상태는 아니었다.
문현빈은 원래 내야수 출신이다. 프로 입단 후 팀 사정에 따라 여러 포지션을 경험했고 김경문 감독이 2024년 6월 부임한 뒤에도 한동안 확실한 수비 위치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좌익수로 풀타임을 치르며 외야수로서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냉정하게 말해 문현빈의 외야 수비가 당장 리그 최정상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크게 흔들리는 선수도 아니다. 기본적인 타구 판단과 움직임을 고려하면 현재는 리그 평균 수준의 수비력을 갖췄고 경험이 쌓이면 더 좋아질 여지도 충분하다.
2. 한화의 중견수 고민을 내부에서 풀 수 있다
한화는 오랫동안 확실한 주전 중견수를 찾지 못했다. 코너 외야와 달리 중견수는 수비 범위와 판단력, 책임감이 동시에 필요한 자리다. 김경문 감독은 어차피 문현빈이 앞으로 한화의 핵심 외야수로 성장해야 한다면 지금부터 중견수를 맡기는 게 팀에도 선수에게도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문현빈의 방망이는 이미 리그 상위권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확한 콘택트 능력에 중거리 장타력까지 갖추며 한화 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선수가 좌익수에 머무는 것보다 중견수로 자리 잡는다면 선수 가치와 팀 전력은 동시에 올라갈 수 있다. 물론 중견수 전환 과정에서 아쉬운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낯선 위치에서 뛰다 보면 판단 미스나 스타트가 늦는 장면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그런 장면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뚝심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문현빈을 계속 믿고 맡기는 분위기다.
3. 시즌 전체를 보는 승부수
현재 한화는 치열한 5강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 포지션 실험을 이어가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문현빈을 중견수로 밀어붙이는 건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라 올 시즌 전체를 놓고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화 입장에서는 리드오프 문제도 고민거리다. 하지만 모든 숙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한 포지션인 중견수부터 확실히 정리하는 게 더 바람직한 접근일 수 있다. 문현빈이 그 자리에 안착한다면 한화의 야수진 구성은 훨씬 안정감을 갖게 된다.
4. 이정후처럼 이제는 문현빈의 스토리
이 흐름은 과거 키움 히어로즈가 이정후를 키웠던 과정과도 닮아 있다. 이정후 역시 내야수 출신으로 프로에 들어온 뒤 외야로 이동했고 코너 외야를 거쳐 중견수로 자리 잡았다.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공수겸장 외야수로 성장한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문현빈도 내야수 출신이라는 점 교타 능력과 중장거리 생산력을 함께 갖췄다는 점에서 이정후와 비교되는 부분이 있다.
타순에서도 중심 역할을 맡고 있고 코너 외야에서 중견수로 이동하는 흐름 역시 비슷하다. 물론 문현빈은 이제부터 자신만의 성장 서사를 써 내려가야 한다. 중견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A나 트레이드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팀 내부에서 젊고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를 중견수로 키워낼 수 있다면 그보다 이상적인 선택은 많지 않다. 김경문 감독의 문현빈 중견수 승부수는 한화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