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정치의 충돌: 독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보이콧은 현실화될까?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 축구계에서 이례적으로 보이콧 논의 필요성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아직 공식 결론이나 정책 제안 단계는 아니지만, 국제 스포츠 이벤트와 인권·정치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논쟁의 중심에 선 인물은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 장크트파울리의 회장이자 독일축구협회(DFB) 집행위원인 오케 괴틀리히다. 그는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치안 악화와 인권 침해 우려를 언급하며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공개적인 토론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결론이 아니라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
괴틀리히 회장은 특히 1980년대 올림픽 보이콧 사례를 언급하며, 국제 스포츠가 정치적·윤리적 사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의 핵심 주장은 단순하다. 보이콧을 결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위험 요인을 외면하지 말고 공론의 장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 외무부가 미국 일부 지역에 여행 경보를 발령한 사실, 이민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 사례 등을 언급하며 현실적 위험은 과거 어느 시점보다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은 2026년 월드컵 개최국인 미국의 국내 정책과 사회적 갈등이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 제기로 해석된다.
■ 독일 축구 수뇌부의 즉각적인 반발
독일 축구계 주류의 반응은 냉담했다. 독일축구협회 회장 베른트 노이엔도르프는 독일축구리그 주최 행사에서 해당 발언을 두고 시기상조이며 현재로서는 관련 없는 논의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이 FIFA 평의회 위원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DFB 내부에서 보이콧은 주요 의제가 아니라고 명확히 했다.
독일축구리그(DFL) 최고경영자 한스-요아힘 바츠케 역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 괴틀리히 회장의 문제 제기가 조직 내부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 축구는 이미 정치와 분리되지 않았다
괴틀리히 회장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디애슬레틱과의 추가 인터뷰에서 축구의 정치화를 비판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라고 반박했다. 특히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평화상을 둘러싸고 벌인 상징적 행보를 언급하며, 축구가 이미 정치적 메시지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크림반도 병합 이후 보이콧됐어야 했다며, 권위주의적 권력에 초기에 명확한 선을 긋지 않았을 때의 결과를 역사적 교훈으로 제시했다.
■ 보이콧은 미국 국민이 아닌 정책에 대한 항의
괴틀리히 회장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주장이 미국 사회 전체를 겨냥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는 특정 국가 국민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인권과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연대의 표현이라며, 정부 정책으로 위협받는 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정치적·윤리적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 국제 스포츠와 인권 논쟁, 다시 확산 조짐
이 같은 문제 제기는 독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 역시 미국 방문 자제를 권고한 국제 변호사의 발언에 동조하면서, 2026년 월드컵을 둘러싼 국제적 논쟁이 점차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 정리: 왜 이 논의가 중요한가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보이콧 논쟁은 단순한 찬반 구도가 아니다. 이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윤리적 책임, 개최국의 인권·치안 문제 그리고 축구가 정치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결론이 아니라, 괴틀리히 회장의 표현처럼 논의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