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백 FA 계약의 숨은 변수, 등록일수 차이로 한화와 사실상 1년 더 묶인다.
엄상백의 FA 계약을 둘러싼 흥미로운 규약 해석이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한화 이글스와 맺은 4년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자유계약선수(FA) 재취득까지 1년을 더 채워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향후 커리어 설계에 중요한 변수가 생겼다.
4년 78억 FA, 그러나 첫 시즌은 아쉬움
엄상백은 2024시즌 종료 후 한화 이글스와 4년 78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하며 새 출발에 나섰다. 선발진 보강을 목표로 한 한화의 선택이었지만, 첫 시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5시즌 엄상백은 28경기에서 2승 7패, 80⅔이닝, 평균자책점 6.58, WHIP 1.79를 기록했다. 선발투수에게 요구되는 이닝 소화와 안정성, 퀄리티스타트(QS) 측면에서 모두 부족했다. 실제로 QS는 단 2회에 그쳤다.
한화는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의 맹활약 덕분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엄상백의 기여도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논란의 핵심, 등록일수 145일 규정
시즌 종료 후 엄상백의 계약을 둘러싼 여론은 냉정했지만, 최근 KBO 규약 해석이 새롭게 조명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핵심은 등록일수다. 2025 KBO 규약 제17장 FA 제162조(FA 자격요건)에 따르면 FA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다음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 야수: 정규시즌 경기 수의 3분의 2 이상 출전(96경기)
● 투수: 규정 투구 이닝의 3분의 2 이상 투구(96이닝)
● 정규시즌 현역선수 등록일수 145일 이상
엄상백은 2025시즌 등록일수가 144일로 기준에 단 하루 부족했다. 이로 인해 해당 시즌은 FA 자격 산정에서 1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계약 종료 후에도 남는 1년
이 규정에 따라 엄상백은 한화와의 계약이 끝나는 2028시즌 이후 곧바로 FA 자격을 재취득할 수 없다. 등록일수 부족으로 인해 계약 종료 후에도 1년을 추가로 채워야 FA 자격이 발생하는 구조다. 즉, 명목상 계약은 4년이지만, FA 재취득 시점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1년이 더 묶이는 셈이다. 이는 계약 구조상 흔치 않은 케이스로 선수 입장에서는 커리어 설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엄상백에게 의미하는 바
일반적으로 FA 재취득 시점은 선수 가치가 가장 높을 때가 이상적이다. 나이가 젊고 직전 시즌 성적이 좋을수록 시장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엄상백은 2029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더라도 여전히 30대 초반이다. 시간은 충분하다. 다만, 이제는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지속적인 선발 로테이션 안정화와 이닝 소화 능력 증명이 절실해졌다.
이번 규약 이슈는 엄상백에게 부담이자 기회다. 첫 시즌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반대로 말하면 앞으로 4년간의 성적이 FA 가치 전체를 좌우하게 됐다.
결론
엄상백의 FA 계약은 숫자상 4년이지만, 규약상 의미는 조금 다르다. 등록일수 단 하루 차이로 인해 한화와의 동행은 사실상 1년 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규정이 아니라 경기력이다. 설욕의 시간은 늘어났고 기회 역시 남아 있다. 남은 것은 엄상백이 그 시간을 자신의 가치 회복으로 바꿀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