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추모 헬멧 출전 금지! 정치적 표현 논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제 스포츠계가 다시 한 번 정치적 중립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경계 문제로 격론에 휩싸였다.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가 전쟁 희생 선수들을 기리는 ‘추모 헬멧’을 착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규정 위반을 넘어, 올림픽 헌장 제50조의 해석 범위와 스포츠 무대에서의 정치적 메시지 허용 여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IOC 출전 금지 결정 배경: 올림픽 헌장 제50조 적용
IOC는 12일(현지시간) 헤라스케비치의 출전 자격을 박탈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IOC는 해당 결정이 올림픽 헌장 제50조(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헤라스케비치는 남자 스켈레톤 예선을 앞두고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스포츠 선수 24명의 얼굴이 담긴 헬멧을 착용하고 연습 주행에 나섰다. 헬멧에는 올림픽 출전 경력이 있는 선수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IOC 측은 문제의 핵심은 메시지의 내용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표현하려 했다는 점이라며, 올림픽 경기장은 정치적과 사회적 메시지를 표출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대안으로 검은 완장 착용이나 믹스트존에서 헬멧 공개 등을 제시했지만, 헤라스케비치는 이를 거부했다. 그는 추모는 정치적 선전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경기 직전 출전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정치적 중립 원칙 vs 표현의 자유 논쟁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선수의 출전 문제를 넘어, IOC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정치적 중립 원칙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올림픽 헌장 제50조는 경기장과 공식 행사에서의 정치적·종교적 선전을 금지하고 있다. IOC는 이를 통해 국제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스포츠 본연의 가치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판 측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한다.
● 전쟁 희생자에 대한 추모가 과연 정치적 선전에 해당하는가
●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 개인중립선수(AIN) 자격으로 출전하는 러시아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없는가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는 IOC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림픽은 전쟁을 멈추는 데 기여해야지 침략자의 손에 이용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헤라스케비치에게 국가훈장인 자유 훈장(Order of Freedom)을 수여하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
국제 스포츠계의 유사 사례: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IOC가 정치적 표현을 제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하계올림픽에서 미국 육상 선수 톰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블랙 파워 세리머니를 펼쳤다가 대표팀에서 퇴출됐다. 당시에도 올림픽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가 징계의 근거였다.
이번 사례 역시 정치적 중립과 사회적 메시지 사이의 경계 설정이라는 동일한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 가능성과 향후 변수
헤라스케비치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 의사를 밝힌 상태다. CAS 판단에 따라 올림픽 헌장 제50조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이 보다 구체화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향후 다음과 같은 쟁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1. 경기장 내 상징물 표현의 허용 범위
2. 추모와 정치적 메시지의 구분 기준
3. 전쟁 상황에서의 스포츠 중립성 원칙 재정립
결론: 스포츠는 완전히 비정치적일 수 있는가
IOC는 규칙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전쟁 희생자 추모를 정치적 행위로 규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한 선수의 출전 여부를 넘어, 스포츠가 과연 완전히 비정치적 공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헤라스케비치는 SNS를 통해 나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지만 동료들의 희생을 배신하지 않겠다. 이것은 존엄성의 문제라고 밝혔다. 출전은 좌절됐지만, 그의 선택은 2026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