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벤자민 24 ⅓이닝 무실점 괴력투, 6주 알바가 에이스 등극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 교체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부상 대체 선수의 활약이 원래 외국인 에이스의 입지를 위협하는 상황은 쉽게 보기 어렵다. 지금 두산 베어스가 바로 그런 고민에 빠졌다. 6주 계약으로 합류한 웨스 벤자민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면서 구단이 예상하지 못했던 행복한 고민을 안기고 있다.
당초 두산은 시즌 초반 크리스 플렉센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벤자민을 영입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벤자민은 단순한 대체 자원이 아닌 팀 마운드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플렉센 부상으로 시작된 벤자민 영입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통산 35승 경력을 보유한 플렉센을 에이스로 낙점했다. 하지만 플렉센은 4월 3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부상을 당하며 계획이 꼬였다. 정밀 검진 결과 오른쪽 어깨 견갑하근 부분손상 진단을 받았고 장기간 이탈이 불가피해졌다.
두산은 빠르게 대체 선수를 찾았다. 선택은 KBO리그 경험이 풍부한 웨스 벤자민이었다. 벤자민은 KT 위즈 시절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통산 31승을 기록했던 검증된 투수다. KBO 무대 적응이 이미 끝난 선수라는 점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현재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선다.
최근 흐름은 리그 최고 에이스 수준
벤자민은 최근 세 차례 등판에서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5월 21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8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5월 27일 친정팀 KT 위즈를 상대로도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어 6월 2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위력은 계속됐다. 벤자민은 6⅓이닝 동안 단 2안타만 허용하며 9개의 삼진을 잡아냈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특히 한화는 올 시즌 리그 최상위권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노시환, 강백호, 문현빈 등 중심 타선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3경기 성적만 보면 사실상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투수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24⅓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벤자민의 기록은 숫자로 봐도 압도적이다. 두산 입단 이후 8경기에서 47⅔이닝을 소화하며 3승 3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4⅓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좋은 경기 몇 차례를 펼친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km까지 올라오고 있으며 커터, 커브, 체인지업, 싱커, 스위퍼 등 다양한 변화구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KBO리그 경험에서 나오는 경기 운영 능력까지 더해지면서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있다.
양의지와 수비 도움 덕분
벤자민은 경기 후 개인 성과보다 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우리 팀이 잘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잘 보여준 경기였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수비진에 대한 고마움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외야수 카메론의 호수비와 내야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박찬호의 존재를 높게 평가했다.
포수 양의지와의 배터리 호흡도 좋은 결과의 원인으로 꼽았다. 벤자민은 필요한 상황에서 커브 제구가 잘 됐고 양의지와 호흡도 매우 좋았다고 설명했다. 한화 타선 공략법에 대해서는 과거 내가 상대했던 한화와 지금 한화는 전혀 다른 팀이라며 내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집중했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두산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벤자민의 활약이 이어질수록 두산의 선택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플렉센은 총액 1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영입한 에이스다. 잭 로그 역시 지난해 10승을 기록하며 팀 선발진을 이끌었고 총액 11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두 선수 모두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자원이다. 하지만 벤자민 역시 현재 성적만 놓고 보면 외국인 선수 3명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투수라고 평가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플렉센은 7월 이후 복귀가 예상되고 있어 당장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두산은 반드시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된다.
벤자민 내 운명은 나도 모른다
벤자민 역시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를 준 두산에 감사하고 앞으로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벤자민은 결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구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두산이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의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 결론
웨스 벤자민은 단순한 부상 대체 선수를 넘어 두산 선발진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24⅓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리그 정상급 에이스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플렉센과 로그라는 기존 외국인 투수가 있는 상황에서도 벤자민의 활약이 계속된다면 두산은 시즌 후반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의 모습만 놓고 보면 KBO 역사에서도 손꼽힐 만한 성공적인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 사례로 남을 만한 활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