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야구장 전광판 비교해 봄
야구 볼 때 전광판을 유심히 보면 한국과 일본의
운영 방식에서 흥미로운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음
가장 직관적으로 와닿는 건 이닝 스코어 표기인데
진행 중인 이닝에 무조건 0부터 채워 넣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점수가 나거나 이닝이 완전히 종료되기 전까지는
전광판에 점수 칸을 그냥 비워둠
경기 전 라인업 발표 때도 홈팀 위주로 빠르게 끝내는
한국과 달리 원정 팀부터 심판과 공식 기록원까지
한 명씩 호명하는 정형화된 프로토콜을 고수하는 것도
특유의 아날로그 분위기를 자아냄
선수 스탯 창을 뜯어보면 의외로 일본의 데이터 송출이
한국보다 훨씬 단조롭고 부실한 편임
타율이나 투구수 같은 기초적인 정보만 보여주는 대신
전광판의 빈 공간을 채우는 건 지독할 정도로 촘촘하게
붙어있는 자본주의의 맛 즉 스폰서 광고들임
안타나 삼진 같은 호쾌한 상황은 물론이고 홈팀 선수가
힘없이 범타나 플라이로 물러나는 민망한 순간까지도
전광판에 광고 팝업과 전용 애니메이션이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묘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함
하지만 팬들을 위한 배려는 마지막 순간에 빛이 남
원정 팀이 이겨도 수훈 선수 인터뷰를 눈치 주지 않고
장내에 끝까지 송출해 줄 뿐만 아니라 모든 관중이
짐을 싸서 완전히 퇴장할 때까지 최종 스코어가 찍힌
전광판을 끄지 않고 그대로 켜두는 전통이 있음
덕분에 팬들이 아쉬움이나 여운을 즐기며 느긋하게
전광판 인증샷을 남기기에는 일본 구장 특유의
마무리가 확실히 부러운 대목이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