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보이콧 국가대표 은퇴 선언 배경과 축구협회 책임론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상징이자 살아 있는 레전드인 지소연이 국가대표팀 보이콧과 함께 사실상 은퇴를 선언하면서 한국 여자축구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소연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며 무거운 결정이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상징, 지소연의 문제 제기
지소연은 2006년 A매치 데뷔 이후 약 20년간 대표팀에서 171경기 출전 74골을 기록한 대한민국 여자축구 역사상 최다 출전·최다 득점 선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자축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인 그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의 불만이 아닌, 여자축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적 경고로 해석된다.
■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니다, 기본조차 부족한 환경
지소연이 회장으로 있는 프로축구선수협회는 지난해 9월 성명문을 통해 여자 국가대표팀의 열악한 운영 실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성명에 따르면 여자축구 선수들은 훈련복 및 유니폼 등 기본 장비 지원이 부족하고 남자 유소년 대표팀이 사용하던 의류를 재사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했으며 전반적인 대표팀 운영 환경이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지소연은 지난해 11월, 돈을 많이 달라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여건이 갖춰진 환경을 원한다며 WK리그 최고 연봉이 10년째 5천만 원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 남녀 국가대표팀 예산 격차, 10배 이상의 현실
실제 수치를 보면 문제는 더욱 분명해진다.
※ 지난해 기준
● 남자 국가대표팀 예산: 196억 원
● 여자 국가대표팀 예산: 19억 원
여자 대표팀 예산은 남자 대표팀의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시장성 차이가 크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지난해 수익 구조
● 후원사 수익 365억 원
● 중계권 수익 136억 원
● 입장 수익 180억 원
대부분의 수익이 남자 대표팀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 관중 수와 성적이 말해주는 현실
실제 관중 수에서도 격차는 극명하다.
※ 최근 평가전 기준
● 남자 대표팀(가나전): 33,256명
● 여자 대표팀(대만전, 동아시안컵): 597명
한일전에서도 여자 대표팀 관중: 1,641명으로, 같은 한일전 기준 약 20배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 최근 성적
● 여자 월드컵 통산 성적: 1승 2무 10패
● 올림픽: 28년간 본선 진출 실패
● 한일전: 4승 11무 18패
● 중국전: 4승 7무 29패
● 북한전: 1승 3무 16패
성적 역시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 투자 없는 성과는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여자축구는 현재 시장이 형성 중인 단계라고 설명하지만, 지소연의 주장처럼 시장 형성 단계일수록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반론 역시 설득력을 가진다.
국가대표팀이 자긍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면, 선수 개인의 헌신만으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 아시안컵 앞둔 집단 보이콧 가능성
현재 여자축구 대표팀은 3월 1일부터 열리는 여자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지소연을 포함한 핵심 선수들이 집단 보이콧에 나설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선수의 은퇴 선언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의 철학과 책임이 시험대에 오른 사건이다. 과연 이번 사태는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상징적 희생으로 끝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