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샌프란시스코의 잰더 보가츠 될까? 포지션 변경과 2026시즌 반등 과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가장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구단은 6년 1억 1,3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통해 그를 프랜차이즈 핵심 자원으로 영입했지만, 현재의 흐름은 기대와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잰더 보가츠의 사례와 비교하는 시선도 등장했다.
■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포지션 이동이 의미하는 것
이정후는 최근 팀 내 수비 효율성과 전력 최적화를 이유로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이동했다. 중견수 자리는 외야 수비의 중심이자 가장 넓은 범위를 커버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이 자리를 해리슨 베이더에게 넘겼다는 사실은, 구단이 현재 이정후의 수비 범위를 리그 상위권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어깨 부상 이후 송구 강도 저하, 그리고 수비 지표(OAA·Outs Above Average) 하락은 포지션 변경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는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유격수였던 잰더 보가츠가 샌디에이고 이적 후 김하성에게 유격수 자리를 내주고 2루수로 이동했던 장면과 자연스럽게 겹쳐 보인다.
■ 문제는 공격력, 몸값 대비 생산성 논란
포지션 변경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타격 성과다. 이정후는 2025시즌 2할 6푼대 타율과 한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1억 달러 타자라는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와 무브먼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사 각도(Launch Angle)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그 결과 땅볼 비율이 높아지며 장타 생산이 제한됐다. 출루 능력과 콘택트 능력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지만, 우익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장타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팀 내 입지는 빠르게 좁아질 수 있다.
이는 보가츠가 ‘비싼 2루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유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포지션 대비 기대 타격 생산성이 계약 규모를 따라가지 못할 때, 비판은 피할 수 없다.
■ 2026시즌, 더 이상 적응기는 없다
결국 2026시즌은 이정후 커리어의 결정적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익수로 이동한 만큼, 타석에서의 반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3할에 가까운 타율, 두 자릿수 홈런, 안정적인 출루율 중 최소 두 가지 이상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는 장기 계약의 무게에 발목 잡힌 사례로 남을 위험이 있다.
■ 팬과 구단이 지켜보는 진짜 시험대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시선 역시 점점 냉정해지고 있다. 고액 계약 선수가 포지션을 옮긴 뒤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시나리오는, 구단 역사에서 실패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정후가 바람의 손자라는 이름값을 메이저리그에서도 증명해내며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잰더 보가츠의 전철을 밟게 될지. 2026시즌, 그의 방망이는 단순한 성적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