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타자 강백호에게 이제 필요한 건 지명타자 밖의 선택지
강백호의 한화 이적 첫해 수비 이닝은 아직 0으로 남아 있고
타격 성적만 보면 100억 타자라는 표현도 크게 어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화가 남은 계약 기간까지 길게 바라보려 한다면
지명타자 한 자리만 맡기는 방식으로는 분명 아쉬움이 남습니다.
가을야구 가능성이 멀어진 지금부터는 결과보다 다음 시즌을 위해
강백호가 다시 글러브를 낄 수 있는지 확인할 시간이 됐습니다.

한화는 최근 13경기에서 1승 12패로 크게 흔들리면서
순위도 8위까지 내려가 사실상 시즌 목표가 달라졌습니다.
5위 두산과의 격차도 11경기까지 벌어진 상황이라
벤치 역시 유망주 기용을 늘리며 미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순위 경쟁이 치열할 때는 실책 하나도 큰 부담이 되지만
지금은 내년 전력을 미리 점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습니다.
외야든 1루든 강백호가 어느 정도 수비를 버틸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다음 시즌에도 같은 고민이 반복됩니다.
남은 3년을 생각하면 시즌 막판 몇 차례의 수비 출전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향후 활용법을 정하는 자료가 됩니다.

강백호는 2026시즌 10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와
27홈런 94타점 OPS 0.909를 기록하며 중심을 지켰습니다.
홈런 4위와 타점 5위 OPS 8위까지 이름을 올릴 정도로
공격력만 놓고 보면 기대했던 역할을 충분히 해낸 셈입니다.
문제는 이 생산력이 시즌 내내 지명타자 자리에서만 나왔고
벤치가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만큼 제한됐다는 점입니다.
강백호가 지명타자를 계속 맡으면 다른 주전 야수들에게
휴식을 주거나 타격만 유지시키는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방망이가 전력이라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확인됐기 때문에
이제 필요한 건 같은 공격력을 유지하며 수비 폭을 넓히는 일입니다.

현재 야구에서 지명타자는 단순한 공격 전용 자리가 아니라
주전 야수들의 체력을 조절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잔부상이 있는 선수를 타선에 남기거나 수비 부담을 줄이는 등
한 시즌을 길게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택지입니다.
하지만 특정 선수가 계속 이 자리를 고정적으로 차지한다면
감독이 매일 라인업을 구성할 때 사용할 카드도 줄어들게 됩니다.
한화가 강백호를 앞으로도 지명타자로만 활용할 계획이라면
다음 시즌에도 동일한 구조적인 고민을 안고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공격 리듬을 깨면서까지 무리하게 수비를 시킬 필요는 없지만
아예 경험하지 않는 것과 조금이라도 시험하는 건 차이가 큽니다.

강백호는 애초부터 수비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가 아니고
2018년 데뷔 이후 외야와 1루에서 꾸준히 출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2024년 KT 시절에는 169⅔이닝 동안 포수까지 맡았을 만큼
여러 포지션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올해 0이닝은 더 눈에 띕니다.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수비 0이닝에 머문 사례 자체가 드문 만큼
현재 한화의 활용 방식이 상당히 특수하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물론 이런 기용이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4년 100억 원
장기계약이라면 남은 세 시즌까지 같은 방식으로 갈지는 따져야 합니다.
결국 다음 확인 지점은 한화가 강백호에게 언제 어떤 위치에서
첫 수비 이닝을 맡기며 실제 가능성을 점검하느냐에 있습니다.
외야든 1루든 짧게라도 출발이 있어야 겨울 훈련 방향이 생기고
내년 시즌의 활용 계획도 막연한 기대가 아닌 현실로 바뀔 수 있습니다.
강백호의 방망이는 이미 충분히 증명됐고 이제 남은 과제는
한화가 그 공격력에 수비 선택지까지 더할 수 있느냐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