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 사이드암 대신 강속구 선택, 고영표 엔트리 제외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 중인 한국야구위원회 대표팀 마운드 구성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전체 엔트리는 여전히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되고 있지만, 취재를 종합하면 대표적인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가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선수 한 명의 탈락이 아니라 류지현 감독 체제가 선택한 마운드 운영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최종 회의에서의 격론, 그러나 결론은 제외
대표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열린 최종 엔트리 관련 회의에서 고영표의 포함 여부를 두고 장시간 논의가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영표의 안정성과 경험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최종적으로는 다른 유형의 투수를 선택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리됐다.
이는 고영표 개인의 기량 문제라기보다 대표팀이 어떤 유형의 투수를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판단이 우선된 결과로 보인다.
KBO를 대표하는 사이드암 에이스
고영표는 명실상부 KBO리그를 대표하는 사이드암 선발 투수다. KT 위즈 창단 멤버로 프로에 데뷔한 이후 11년간 원클럽맨으로 활약했고 2017년 이후 매 시즌 14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선발 로테이션의 축을 맡아왔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3년 연속 160이닝 이상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고 2025시즌에도 11승 8패 평균자책점 3.30으로 에이스 면모를 유지했다.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 도입 이후 많은 사이드암 투수들이 흔들렸지만, 고영표는 예외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는 점도 강점이다.
국제대회 경험 역시 풍부하다. 2021 도쿄 올림픽, 2023 WBC, 2024 프리미어12에 연이어 대표팀 일원으로 출전했다.
국제무대에서의 최근 성적은 변수
다만 최근 국제대회 성적은 대표팀 입장에서 부담 요소였다. 2023 WBC 조별리그 첫 경기 호주전 선발로 나서 4.1이닝 2실점을 기록했고 이 경기 패배는 조기 탈락의 출발점이 됐다. 2024 프리미어12에서도 대만과의 첫 경기 선발로 등판했으나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짧은 대회 일정에서 첫 경기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러한 기억은 대표팀 구성 논의에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스피드 혁명에 맞춘 대표팀 방향성
대표팀이 고영표를 제외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세계 야구의 흐름 변화가 지목된다. 최근 국제 야구는 명확한 스피드 중심 구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대만 역시 시속 150km 이상 강속구 투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구성하는 추세다.
지난해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에서도 일본 투수들은 150km 중후반대 구속을 기본으로 던졌고 160km를 넘기는 투수까지 등장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무브먼트와 체인지업에 의존하는 사이드암보다는 순수 구위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파이어볼러가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힘을 얻고 있다.
고영표의 지난해 평균 구속은 134.8km 반면 대표팀 주력 후보로 거론되는 문동주(최고 161.4km), 곽빈, 김택연, 배찬승 등은 모두 150km대 구속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혼혈 자원 라일리 오브라이언까지 합류할 경우 대표팀 마운드는 확실한 스피드 중심 컨셉을 갖추게 된다.
전략적 선택의 결과
결국 고영표의 엔트리 제외는 개인 기량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 류지현 감독 체제가 선택한 전략적 방향성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단기전에서의 구위 우위, 강속구 릴레이, 불펜 중심 운영이 이번 WBC 대표팀 마운드의 핵심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